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토요일 아침을 가만히 지켜본 기록
주말 아침 한 시간을 아무 목적 없이 그냥 지켜본 관찰 기록입니다. 할 일을 얹지 않자 비로소 들어온 빛과 소리, 그리고 미뤄둔 생각들에 대하여.
토요일 아침, 알람을 맞추지 않고 눈을 떴습니다. 시계는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평일이었다면 이미 머릿속에 그날 할 일이 줄지어 떠올랐을 시간이지만, 그날 아침만큼은 아무것도 정해두지 않기로 미리 마음먹은 터였습니다. 한 주 내내 미뤄둔 일들이 떠오르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중 지금 이 순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누운 채로 창으로 스며드는 빛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처음 몇 분은 묘하게 불편했습니다. 무언가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자꾸 마음 한구석을 건드렸습니다. 손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찾았고, 밀린 메시지나 소식이라도 확인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이 올라왔습니다. 그 충동을 따르지 않고 가만히 두자, 이상하게도 몇 분 뒤에는 그 조바심이 스르르 가라앉았습니다.
조용해진 마음으로 천천히 일어나 물을 끓였습니다. 평소라면 다른 일을 하면서 곁눈질로 끓이던 물을, 그날은 김이 오르는 모습을 그냥 지켜봤습니다. 컵에 물을 붓는 소리, 창밖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아직 잠에서 덜 깬 동네의 둔한 고요함. 평소에는 배경으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들이, 할 일이 없으니 비로소 또렷하게 들어왔습니다.
벽에 드리운 빛이 시간에 따라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것도 그날 처음 제대로 보았습니다. 그동안 그 빛은 늘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한 번도 끝까지 지켜본 적이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끝까지 지켜본다는 건, 그 사이에 다른 일을 끼워 넣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머릿속이 텅 빌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 주 동안 밀쳐두었던 생각들이 하나씩 천천히 떠올랐습니다. 누군가에게 하려다 못 한 말, 어렴풋이 신경 쓰이던 결정 하나,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온 일. 그 생각들은 해결을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잠시 머물다, 다시 가라앉았습니다. 평소 할 일 목록 사이에서는 끼어들 틈이 없던 생각들이었습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명상과 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을 비우려고 애쓰지는 않았으니까요. 다만 평소처럼 머릿속에 새로운 할 일을 자꾸 얹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자 이미 거기 있던 것들이 스스로 자리를 잡을 공간이 생겼습니다.
그 아침에 깨달은 것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소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일 때 늘 목적을 함께 들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글을 읽는 건 정보를 얻기 위해, 산책을 하는 건 운동을 위해, 사람을 만나는 건 무언가를 정하기 위해. 목적 없이 그저 바라보고 듣고 머무는 시간은, 의외로 제 하루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날 오전을 특별히 생산적으로 보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오후가 되어 다시 할 일을 시작했을 때, 마음 한구석이 조금 가벼워져 있었습니다. 미뤄둔 생각들이 조용히 정리될 자리를 얻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무언가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어느 주말 아침, 평소처럼 곧장 할 일로 뛰어들기 전에 잠깐 멈출 여유가 있다면, 아무 목적 없이 빛과 소리와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지켜보는 시간을 한 번쯤 자신에게 허락해보아도 좋겠습니다. 그 시간은 무엇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평소 너무 시끄러워 들리지 않던 자기 안의 작은 소리를 잠깐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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