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대신 '먹은 시각'만 3주 적어봤다 — 식사 기록에서 빠져 있던 것
칼로리 기록은 세 번 시도해 세 번 다 열흘을 못 넘겼다. 이번엔 무엇을 먹었는지는 빼고 몇 시에 먹었는지만 3주간 적어봤다. 숫자를 늘어놓고 보니 흔들린 것은 저녁 식사가 아니라 오후 네 시 언저리였다.
칼로리를 적는 앱은 세 번 깔았고 세 번 다 열흘을 못 넘겼다. 무게를 어림하고, 재료를 나누고, 비슷한 이름을 목록에서 골라내는 일이 매 끼니마다 붙었다. 하루만 밀려도 어제 먹은 것을 되짚어야 했고, 되짚기 싫어서 앱을 열지 않게 됐다. 그러다 기록이 끊기면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하는 감상만 남았다.
이번에는 항목을 하나로 줄였다. 무엇을 먹었는지는 빼고, 몇 시에 먹었는지만 적기로 했다. 메모장에 "7:40 / 12:20 / 21:05"처럼 하루 한 줄이 쌓였다. 사진도 찍지 않았고 양도 적지 않았다. 적는 데 5초가 걸리니 빠뜨릴 이유가 없었고, 그렇게 3주를 채웠다. 세 번의 실패와 다른 점은 의지가 아니라 항목 수였다.
스물한 줄을 한 화면에 놓고 보니
3주가 지나 줄들을 위아래로 붙여놓고 봤다. 아침은 7시 30분에서 8시 사이로 거의 붙어 있었다. 점심도 12시에서 12시 40분 사이, 회사 일정이 정해준 시간이라 흔들릴 여지가 없었다. 눈에 띈 건 저녁이었다. 이른 날은 18시 30분, 늦은 날은 22시 10분. 같은 사람의 같은 3주 안에서 네 시간 가까이 벌어져 있었다.
처음엔 저녁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늦게 먹은 날을 세어보니 8일. 그 8일이 어떤 날이었는지 캘린더와 겹쳐 봤더니 특별히 야근한 날도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날이 섞여 있었다.
빠져 있던 줄은 오후 네 시에 있었다
늦은 저녁 8일을 하나씩 되짚다가 공통점을 찾았다. 그날들엔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뭔가를 먹었다. 그런데 기록에는 그 줄이 없었다. 사무실에 놓인 과자, 회의 끝나고 받은 빵, 편의점에서 산 것. 손으로 집어 먹은 건 '끼니'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애초에 적지 않았던 것이다.
기록이 빠진 이유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분류 때문이었다는 게 좀 놀라웠다. 나는 3주 내내 성실하게 적고 있다고 믿었는데, 정작 하루의 흐름을 바꾸는 지점은 내 기준 밖에 있었다. 네 번째 줄을 추가하고 나서야 순서가 보였다. 4시에 뭔가를 집어 먹은 날은 7시에 배가 고프지 않았고, 배가 고프지 않으니 저녁을 미뤘고, 미룬 저녁은 9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다음 3주에 바꾼 건 한 가지
식단을 바꾸진 않았다. 대신 오후에 먹는 것도 시각을 적기로 했다. 한 줄이 늘었을 뿐인데, 적는 순간 "지금 이걸 먹으면 저녁이 밀리겠다"는 문장이 저절로 따라붙었다. 참으라는 규칙을 세운 게 아니라, 결과가 보이는 자리에 기록을 놓았을 뿐이다. 다음 3주 동안 늦은 저녁은 8일에서 3일로 줄었다.
이건 내 3주치 관찰일 뿐이고, 어떤 시각이 누구에게 맞는지는 이 기록으로 알 수 없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무엇을 먹었는지를 적을 때는 매번 판단이 필요했고, 몇 시에 먹었는지를 적을 때는 판단이 필요 없었다. 판단이 없는 기록은 3주를 버텼고, 그렇게 버틴 기록만이 패턴을 보여줬다.
기록을 여러 번 포기해본 사람이라면, 항목을 늘리기 전에 하나를 남기고 다 지워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남길 항목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매일 적어도 지치지 않는 것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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