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남고 요가는 사라졌다 — 습관 세 개의 '시작 조건'을 세어본 기록
작년 봄에 같은 크기로 시작한 세 가지 습관 중 하나만 1년을 버텼다. 의지의 차이라고 넘기려다, 각 습관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단계를 하나씩 세어봤다. 무너진 자리에는 공통적으로 '그 자리에서 내려야 하는 결정'이 들어 있었다.
작년 3월에 세 가지를 한꺼번에 시작했다. 아침 달리기, 저녁 요가, 주 2회 글쓰기. 셋 다 비슷한 의욕으로 시작했고, 셋 다 일부러 작게 잡았다. 달리기 20분, 요가 15분, 글쓰기 한 편에 30분. 1년이 지난 지금 남아 있는 건 달리기 하나뿐이다.
의지가 부족했다고 정리하려다가, 셋이 정말 같은 크기였는지 다시 세어봤다. 걸리는 시간은 비슷했다. 다른 건 '시작 버튼을 누르기까지 필요한 단계'였다.
시작까지 몇 단계였나
달리기는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서면 끝이었다. 옷은 전날 밤 의자 등받이에 걸어뒀고, 코스는 1년 내내 같은 하천길이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이미 시작된 상태다. 단계로 세면 둘이다.
요가는 달랐다. 거실 탁자를 옆으로 밀고, 장롱에서 매트를 꺼내 펴고, 옷을 갈아입고, 오늘 따라 할 영상을 고르고, 화면을 매트 쪽으로 돌려놓는다. 다섯 단계. 하나하나는 1~2분이지만 다섯 개가 붙어 있으면 시작하기 전에 이미 한 번 지친다.
글쓰기는 더 심했다. 노트북을 켜고, 무엇을 쓸지 정하고, 관련해서 기억나는 것들을 뒤져보고, 첫 문장을 고른다. 뒤의 두 단계는 걸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30분 쓰기로 잡아둔 날에 시작까지 25분이 걸린 적도 있다. 그런 날은 결국 '오늘은 시간이 없네'로 끝났다.
사라진 자리에는 결정이 있었다
단계를 늘어놓고 보니 성격이 두 종류로 갈렸다. 손으로 하는 것과 머리로 하는 것. 매트를 펴고 옷을 갈아입는 건 손이 알아서 한다. 오늘 어떤 영상을 볼지, 무엇에 대해 쓸지는 머리가 그 자리에서 정해야 한다.
무너진 자리는 늘 두 번째였다. 요가를 빠뜨린 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매트까지는 편 날이 꽤 있었다. 영상 목록을 스크롤하다가 이건 어제 한 거고 저건 너무 길고 하다가, 15분이 지나 있었다. 글쓰기도 노트북은 켰다. 빈 화면 앞에서 주제를 고르다가 다른 창을 열었다.
달리기에는 그 지점이 없었다. 어디로 갈지, 얼마나 뛸지, 무엇을 들을지가 전부 고정이었다. 고를 게 없으니 멈출 자리도 없었다.
조건을 줄이고 6주
5월부터 요가를 다시 붙여봤다. 이번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조건을 줄였다. 매트는 장롱에 넣지 않고 창가에 펴둔 채로 뒀다. 영상은 하나로 고정했다. 같은 12분짜리를 6주 내내 반복했다. 지루할 줄 알았는데, 지루한 것과 안 하게 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6주 동안 빠진 날은 나흘이었다.
글쓰기는 절반만 성공했다. 주제를 미리 다섯 개 적어두는 것으로 결정 하나는 없앴는데, 첫 문장을 고르는 단계는 그대로 남았다. 그래서 지금도 불규칙하다. 남은 결정 하나가 그대로 병목이라는 뜻일 것이다.
새 습관을 붙일 때 이제 시간을 먼저 정하지 않는다. 시작까지 몇 단계인지, 그중 머리로 정해야 하는 게 몇 개인지부터 센다. 두 번째 숫자가 0이면 대체로 살아남았고, 하나만 있어도 흔들렸다. 크기를 줄이는 것보다 고를 것을 없애는 쪽이 확실히 오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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