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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지 못한 탭 서른일곱 개 — 지우기 전에 하나씩 열어봤다

Life-Up 편집부•
2026. 9. 5.
•3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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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지 못한 탭 서른일곱 개 — 지우기 전에 하나씩 열어봤다

브라우저 위쪽에 파비콘만 남은 탭이 서른일곱 개 있었다. 한꺼번에 지우는 대신 왼쪽부터 하나씩 열어보며 무엇인지, 언제 열었을지를 종이에 적었다. 목록은 할 일이 아니라 지난 몇 달간 관심이 지나간 자국에 가까웠다.

노트북 화면 위쪽에서 탭들은 손톱만 한 파비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제목은 진작 사라졌고 회색 사각형만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새 탭을 하나 더 열면 그 줄이 조금 더 좁아졌다. 어느 아침 브라우저가 멈췄고, 다시 켜자 '이전 세션 복구' 버튼이 떴다. 누르기 전에 잠깐 망설였다.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

복구를 눌렀다. 그리고 지우기 전에 왼쪽부터 하나씩 열어보기로 했다. 탭 하나에 한 줄씩, 무엇인지와 언제쯤 열었을지를 종이에 적었다. 서른일곱 개였고,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열어보니 다섯 종류였다

읽으려고 열어둔 긴 글이 열네 개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제목만 봐도 왜 열었는지 알 수 있었지만, 그중 아홉 개는 스크롤이 첫 화면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열어둔 뒤 한 번도 내리지 않은 것이다.

사려고 비교하던 물건이 여섯 개. 그중 둘은 이미 다른 걸 샀고, 하나는 품절 표시가 떠 있었다.

작업하다 켠 참고 자료가 아홉 개. 문서, 예제, 지도. 문제는 이 아홉 개가 전부 이미 끝난 일의 것이었다는 점이다. 6월에 마감한 일의 탭이 9월까지 켜져 있었다.

왜 열었는지 끝내 기억나지 않는 것이 다섯 개. 링크를 다시 읽어봐도 실마리가 없었다.

나머지 세 개는 로그인 화면이었다. 세션이 끊긴 지 오래라 이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탭을 할 일 목록으로 쓰고 있었다

적어놓고 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닫지 않은 탭은 전부 '아직 안 끝났다'는 표시였다. 읽지 않았으니까, 아직 안 샀으니까, 나중에 볼지도 모르니까. 브라우저 탭 줄을 할 일 목록처럼 쓰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할 일 목록으로 쓰기에는 성능이 나빴다. 정렬이 안 되고, 검색도 안 되고, 순서는 그저 연 순서다. 무엇보다 항목이 늘수록 개별 항목이 작아진다. 서른 개를 넘어가면 어떤 탭도 읽히지 않고 '많다'는 느낌만 남는다. 할 일 목록인데 할 일이 안 보이면 그건 목록이 아니라 배경이다.

또 하나, 이 목록에는 완료가 없었다. 글을 다 읽고도 탭을 바로 닫지 않는 날이 많았다. '나중에 다시 볼지도 몰라서.' 그래서 읽은 것과 안 읽은 것이 같은 줄에 섞여 있었고, 섞이는 순간 줄 전체가 판단 불가능해졌다.

서른셋을 닫고 넷을 남겼다

그날 서른셋을 닫았다. 남긴 넷은 그 주에 실제로 쓰고 있던 문서였다. 닫으면서 아까웠던 건 열네 개의 긴 글이었는데, 정말 다시 찾고 싶은 것은 세 개뿐이었다. 세 개는 링크를 따로 옮겨 적었다. 나머지 열한 개는 3개월 동안 안 읽은 글이었고, 앞으로도 안 읽을 가능성이 높았다.

2주 뒤에 다시 세어보니 열두 개였다. 늘긴 늘었다. 다만 두 가지가 달라졌다. 하나는 창을 둘로 나눈 것이다. 지금 작업 중인 것과 나중에 볼 것을 같은 줄에 두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링크를 어딘가에 옮길 때 한 줄을 같이 적는 것이다. '왜 열었는가.' 이 한 줄이 있으면 2주 뒤에 그 링크를 지울지 말지 3초 만에 정해진다. 없으면 또 한 시간이 든다.

서른일곱 개를 다 열어본 뒤에 남은 인상은 이렇다. 그 줄은 할 일 목록이 아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내 관심이 어디에 잠깐씩 머물렀는지가 순서대로 남은 자국이었다. 자국은 읽고 나면 지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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