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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끝에 '오늘 잘한 일' 한 줄을 적어본 2주의 기록

Life-Up 편집부•
2026. 6. 16.
•3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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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끝에 '오늘 잘한 일' 한 줄을 적어본 2주의 기록

자신을 자주 몰아세우는 사람이 매일 밤 '오늘 잘한 일'을 한 줄만 적어본 2주의 기록. 작은 기록 하나가 자기비판을 어떻게 누그러뜨렸는지에 대한 이야기.

"오늘 잘한 일 한 가지." 처음 이 문장을 노트 맨 위에 적었을 때는 솔직히 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보던 조언이었고, 나는 그런 식의 긍정 연습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한동안 사소한 일에도 나를 몰아세우는 버릇이 심해져서, 딱 2주만 해보기로 했다. 규칙은 단순했다. 매일 잠들기 전에 그날 내가 잘한 일을 딱 한 줄만 적는다. 거창할 필요는 없고, 아무리 작아도 괜찮다고 정해두었다.

첫날에는 쓸 게 없어서 한참 멍하니 있었다. 하루를 돌아보면 못 한 일, 미룬 일, 실수한 일은 줄줄이 떠오르는데 잘한 일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점심 도시락을 직접 싸 갔다"라고 적었다. 적고 나니 조금 민망했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둘째 날에는 "회의에서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했다", 셋째 날에는 "피곤했는데도 산책을 20분 했다"라고 적었다.

며칠이 지나자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하루를 보내는 동안 '아, 이건 이따 적어야지' 하는 순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그냥 흘려보냈을 작은 일들, 이를테면 동료의 부탁을 잘 거절한 일이나 미루던 메일에 답장한 일, 짜증이 났지만 한 박자 쉬고 말한 일이 갑자기 '기록할 만한 일'로 보였다. 잘한 일을 찾으려고 하루를 바라보니, 하루 안에 그런 순간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자기비판의 강도였다. 원래 나는 하루를 마칠 때 '오늘도 별로였다'는 느낌으로 잠드는 날이 많았다. 해야 할 일 목록에서 못 지운 항목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한 일을 한 줄 적고 나면 적어도 '오늘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못 한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 보던 시야가 조금 넓어졌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우리의 주의는 잘못된 것, 부족한 것에 먼저 쏠리도록 되어 있다. 위험을 빨리 알아채야 살아남던 오래된 습성이라고들 한다. 문제는 현대의 하루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대신 '못 끝낸 일'이 그 자리를 채운다는 점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잘한 일을 한 번 떠올리는 작업은, 한쪽으로 기울어 있던 주의의 균형을 살짝 되돌리는 일에 가깝다. 없는 것을 지어내는 억지 긍정이 아니라, 원래 거기 있었지만 안 보이던 것을 한 번 보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매일 잘 되지는 않았다. 정말 힘들었던 날에는 "그래도 하루를 버텼다"라고밖에 못 쓴 날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문장이 자기 위로 같아서 싫었는데, 나중에는 그것도 충분히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티는 것도 에너지가 드는 일이니까.

기억에 남는 날이 하나 있다. 중요한 발표를 망쳤다고 느낀 날이었다. 종일 그 장면만 머릿속에서 돌려봤다. 그날 밤에도 습관처럼 노트를 펼쳤는데, 한참을 고민하다 "발표 후에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질문을 받았다"라고 적었다. 결과가 좋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그 자리에서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는 사실 하나는 남아 있었다. 그 한 줄이 망친 발표를 되돌려주지는 못했지만, 그날의 나를 통째로 실패로 묶어두지는 않게 해주었다. 그게 이 작은 기록의 쓸모였다.

2주가 지나고 노트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봤다. 열네 줄의 문장은 거창한 성취 목록이 아니었다. 도시락, 산책, 짧은 거절, 미뤘던 답장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평범한 문장들을 쭉 읽으니, 내가 생각보다 매일 뭔가를 해내며 살고 있었다는 게 보였다. 큰 성공은 없어도 작은 시도는 매일 있었다.

이 연습이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회의적이었으니까. 다만 자신을 자주 몰아세우는 사람이라면 딱 2주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잘한 일을 억지로 만들어내라는 게 아니다. 이미 한 일들 중에서 그냥 지나쳤던 것을 한 줄로 붙잡아두는 것뿐이다. 노트도 앱도 필요 없다. 휴대폰 메모장이면 충분하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한 줄만 적어보면 된다. 오늘 내가 잘한 일, 아주 작은 것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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